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걸리적 여행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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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240121~ , 강릉] 디지털 노마드, 그거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. 원래 마, 겨울은 춥고 힘들고, 뭐 그런기다. 아무리 따시게 날라 캐봤자 겨울은 겨울인기라. 부산 편. 최근 애완 돌멩이를 기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. 관리할 필요가 없으면서도 뭔가 같이 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싶었다. 이별같은 걸 걱정할 필요도 없고. 전세사기.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가장 핫한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. 이미 사회에 나와있는 사람들부터, 이제 막 사회로 나가야 할 사람들도 물론. 꽤나 많은 사람들에게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단어일 것이다. 나도 뭐, 물론 아직까지 잘 대처가 되고 있긴 하지만, 이런저런 사정 몇 가지를 포기하고 이사를 반 년 정도 미룰 수밖에 없었다. 앞으로도 부디 잘 되기를 바랄 뿐이다. 올해 생일은 그렇게 지나갔다. 다행인지 생일에 혼자 있진 않았다. 집주인을 ..
해보고 죽지 않으면 다 좋은 경험이랍디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.
[230218~230223, 홋카이도 (5) ] 조금 다른 평범함이었을 뿐 운명처럼 너와 난 어른이 되어 그 세상을 떠났지만 영원히 네 곁을 지킬게 너와 다른 우주에서 우재(WOOJAE), 내 이럴 줄 알았다. 이래서 봄이 되기 전에 다 쓰려고 했던 건데. 아무튼, 어느새 마지막 오타루 당일치기 여행만을 남겨 둔 자라. 11. 돌다리는 두드려 보자. 슬쩍 보고 도망가지 말고 감회가 새로운 날이었다. 일어나자마자 그간의 여행을 짧게 되짚어 보았다. 구시로와 오비히로에 다녀온 게 정말 오래된 일 같았다. 이번 여행은 내 평소 일상과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. 즉흥이라 그런가. 아 물론, 비슷한 패턴이래도 물리적인 위치가 달라지다 보니 전혀 다른 귀중한 경험을 했던 건 사실이다. 그냥, 나를 좀 아는 사람이 내가 홋카이도에 갔다는 걸 들었을 때 '얘는 이러고 다니겠지' 하는 모습 그대..
[230218~230223, 홋카이도 (4) ] 난 확실히 같이 즉흥 여행하기 좋은 스타일은 아니다 가끔은 잊어버릴 때도 잊지만 약속해 절대 잃어버리지 않아 맘 한켠에 영원히 모네토, 홋카이도의 중소 도시를 발로 우당탕탕 걸어다닌 뒤 다시 삿포로로 돌아가는 자라. 9. 여행 와서 의외로 못하는 것, 여행지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아까워하지 않기 아침 7시, 호텔 창문의 암막 커튼을 걷은 지 10초가 채 되지 않아 눈이 너무 부셔 결국 다시 치고 말았다. 전에 없이 맑은 하늘과 따가운 햇볕에 반짝이는 눈. 선글라스를 챙길 걸 그랬다, 라고 조금 후회했다. 아무리 걷는 걸 좋아해도 혹시나 몸에 무리가 갈 정도로 돌아다니면 안되는 거다. 한국에 돌아가기 전날이라면 또 모를까. 호텔 방에 욕조가 있었다. 오전에는 구시로에서 술을 마셔서 못했던 온천 대신에 물이라도 받아서 뜨끈하게 좀 지지자 싶었다. 전날 돌아다녔..
[230218~230223, 홋카이도 (3) ] 나쁘지 않았다면 좋은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너에게는 아무 말 못하고 그저 안아줄 수 밖에 없어 위수, 여행 3일차, 시간이 많이 남아버린 구시로. 할 것도 없고 여기까지 온 김에 태평양을 맨 눈으로 보고 가자는 즉흥 계획을 실천하는 자라. 7. 목적지를 향해 생각 없이 걷는 길이 항상 지루하지는 않더라 누사마이 다리를 지나 도로를 쭉 따라가다 보면 바닷가에 닿을 수 있었다. 지도를 보니, 바다를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 나같은 뚜벅이를 위한 곳은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, 아무렴 어때. 홋카이도에 나중에 다시 오더라도 겨울의 '북태평양' 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왜인지 쉽게 들지 않았다. 그런데 시작부터 오르막길이었다. 폭설이 쏟아지던 아침과는 딴 판으로 날도 꽤 더웠던 터라 땀이 삐질삐질 나기..
[230218~230223, 홋카이도 (2) ] 몰라도 괜찮다, 모자라도 괜찮다 추억은 한 편의 산문집 되어 길 잃은 맘을 위로하는 노래가 되고 그건 긴 어둠을 서성이던 청춘이 남기고 간 의미일 거야 신지훈, 삿포로에서 하루를 머무르고, 가장 기대했던 SL 겨울의 습원호도 못타게 된 데다가 일본어도 못하는 주제에 무작정 구시로로 떠나는 자라. 4. 구시로 가는 길 : 홋카이도를 말하기에 삿포로는 너무 좁다 홋카이토 특급 열차 OZORA는 적당히 새마을호 정도의 느낌이라면 맞지 않을까 싶다. 기점인 삿포로부터 종점인 구시로까지 꽤 많은 역에서 정차하는데, 한국의 완행 열차들과는 다르게 역과 역 사이에 사람의 흔적은 많지 않고 대신 기가막힌 자연 풍경들을 즐길 수 있다. 열차에 눈이 엄청나게 튀어 창문이 더럽기에 사진은 잘 나오지 않지만, '관광'이나 '액티비티' 보다 잔잔한 여행을 선..
[230218~230223, 홋카이도 (1) ] 좌우명은 '지옥불에 떨어지면 어떻게든 해낸다' . 온 세상이 얼어붙고 하늘 위 별빛이 다해도 서로를 감싼 새벽들로 겨울 꽃을 피워낼 우리 포르테 디 콰트로, 나는 지금 구시로에 있다. 일본 홋카이도 구시로. 역에서 내리자 마자 짠내가 훅 들어오고, 바닷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오는 그 도시. 일본에 와야겠다 계획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. 1월 초였던가, 언젠가 공항 철도를 탈 일이 있었다. 캐리어를 끌고 동행인들과 공철에 오르는 분들을 보고서, 문득 마지막으로 외국에 나가본 게 얼마나 됐나 싶었다. 그래서 그 날 저녁부터 일본 여행을 추진했다. 기간은 일단 길게. 장소는 그 당시에 친구가 막 다녀왔던 삿포로. 정말 별 이유 없다. 그냥 그렇게 정해졌다. 홋카이도 남쪽 전역으로 스케일이 커진 건 훗날의 일이었다. 그렇게, 회사 인턴과 세종 어셔를 하며..
[221028~221029, 부산] 고생을 힐링이라 부르면 맘이 편하다 0. 서문 솟구치고 추락하며 파도 위를 날으는 새여, 끝이 없는 이 해변에 모래 한줌 쥐었대도 놓아주오, 다 보내주요, 너는 하늘을 날으는 새요, 성긴 외로움도, 눈물도 바람결에 던져 주고 ... 언제까지 축 쳐져 있을래, 올해 나에게 제일 많이 한 말이다. 2021년 12월 갑작스레 들려온 비보와 함께, 반차를 내고 심장내과에 다녀왔던 나는 한 시간 만에 팀장님께 다시 조퇴를 말씀드릴 수 밖에 없었다. 여기서 이러지 말고 얼른 장례식장부터 가봐라, 이따 있을 아이디어 미팅은 내가 H님께 잘 말씀드려 보겠다, 팀장님의 컨펌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는 짐을 싸고 수원으로 향했었지. 그러면서도 이후의 내 삶에는 큰 변화가 없을 거라 확신했다. 부모님이나 엄마 딸도 아니니, 그냥 관성적인 일상으로 별 문제 없이 ..